본문 바로가기

LIfe of Reviewer/Books

4월 20일 - 토지를 읽은 전체적인 소회

토지에서 좋았던 점은 다양한 인간의 군상들을 볼 수 있었고, 그 인간들에 대한 묘사나 설명, 행돌들에 대한 이해가 깊이 반영되었다는 점인 것 같다.


스토리위주의 영화와 책들에 대해서 안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홍상수의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투박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고, 솔직한 심리와 내면을 파내려고 하는 영화들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헐리우드 영웅류와 블록버스터, 미션등을 싫어했다. 무언가 넌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있어. 넌 이걸 해결해야해 하는 것들이 이질적인 것이 마음에 안들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스토리의 well made 영화들은 꽤 흥미롭게 봤다.)


토지를 읽는 몇 개월간 나는 하동 평사리와 통영 간도, 용정촌을 거쳐 지리산에서 숨어지내는 느낌이었고, 진주의 거대한 방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풍년의 농물패를 구경가는 어린 서희와 길상이 봉순이를 그리며 어릴 때 엄마아빠 손잡고 갔던 아름답고 행복했던 봊꽃길과 벚꽃 축제를 생각했다.

임명빈과 서의돈, 황태수와 상현이가 술을 마시며 시시껄렁하게 시국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며 친구들과 핏대 세워가며 토론을 하고 흥분하고 놀리던 시간들을 보았다.

신교육을 받았으나 유유부단함에 비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간 명희를 바라보며,

그리고 그 명희에게 명빈이가 말한 것, 세상을 바꾸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신여성이라면 심지가 굳고,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들도 보며 나 또한 세상을 어떻게, 조금씩 바꾸고 싶어하는데

열정과 확신없이 희미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한다.

동학운동의 영웅의 아들이지만, 유부녀의 아들이던 구천이 김환. 그 환이가 아버지 다른 형님의 부인 별당아씨를 모시고 탈출하면서 겪는 삶의 무게와 깊이.

삶이 단단해지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또한 이렇게 단단할 정도로 아픈 삶은 괜찮은 삶일까?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이야기는 규제와 관습, 아버지 어머님의 뜻을 거역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애뜻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절절하고, 마지막에 월신이 아프면서도 용이를 기다리다 끝내 여한이 없다 말하던 사랑은 무엇일까?

용이 삶을 보면서도.. 그렇게 항상 당하고 참고, 올곧지만 버티고 아프게만 살아오는 모습을 보며

친구 몇명도 떠오르며 이런 욕심없는 사람 좋은 삶.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항상 손해보며 살라고 이야기하신다.) 이 삶들 속에 결국은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과 칭송을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면 참..

어떻게 세상을 사는게 맞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버지의 고향은 통영이고, 아름다운 통영을 사랑하셨다.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시고, 나는 무언가가 그리웠을까?

그리고 토지를 읽고 난 뒤의 내 마음 또한 나에게 위로가 되었지만, 그만큼 좀 더 무겁고 슬프기도 하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