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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in Public/Daily life

아버지가 그리울때마다 하나씩 쓸랍니다.

아버지


시간이 갈수록 보고싶네요


오늘은 데스크탑 컴퓨터에 앉아서 멍하니 들을 라디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래도 하나 찾아서 틀어놓고 이렇게 듣고 있는데


문득 데스크탑 바탕화면에 아빠가 기분좋은 웃음짓고 

맥주한캔 드신 벌건 표정으로 김치하고 웃고 있네요

머리도 까맣게 염색 잘 하시고 눈썹을 위로 실컷 올리면서!


그래도 우리 아버지 제작년에 유럽 보내드린건..(가신건)

정말 내가 할 수 있던 최고로 잘했던 기억 아닌가 싶어요

이제 7월이고, 거진 2년 되가네요. 

북유럽을 그렇게 가고 싶어했는데 결국 로마만 가봤네요


코 큰 우리 아버지

나이가 들수록 인상만 좋아져서

젊을 땐 참 무섭고, 웃질 않았던 것 같은데 표정 참 좋아지셨어요


어제밤엔

아버지 옷 정리들 좀 했습니다.

아버님 좋은 옷 많던데요?

엄마가 샀는데 얼마 안 입은 옷들 있다고

그리고 아빠하고 나하고는 사이즈가 딱 맞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아버지 옷 하나 입고 회사 갔어요.


나는 아버지가 내 옆에 항상 있다 이런 말 믿지 않아요

49제까지 옆에 항상 같이 살고 있는거다 하는데, 믿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회사에서 굉장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하루였어요.

나에게 주어진 일이나, 과제 같은 것들은 줄어들고,

내가 능력이 있나, 내가 뭘 잘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끈기가 있는 놈인지 스스로 자책 많이했던 날이었어요


아빠가 옛날에 회사에 들어가기면 하면 싸우고 나왔던 것처럼

나도 발끈하는 면만 닮아서 발끈해서 살짝 싸우고 나니

허전하고, 왕따된 것 같고


우리 아빠가 나한테 딱 10년만 참고 살라고 한게 21쯤이었는데

아직 참으려면 4년 남았네요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아빠

혼자 자식들한테 못해준게 많다고 스스로 짐을 많이 끌고 가지 마요

남은 사람 인생이고, 내 인생이지 뭐..

나도 아빠처럼, 내 생각 맘껏 주장하고, 멋지게 한 인생 살아가볼래


아까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는데 옆에 가족 하나가 앉아서 밥을 먹는 걸 봤어요.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우리는 김밥천국 같은 곳에서 가족끼리 밥을 먹은 적은 없는 것 같아.

좋고 맛있는 맛집들 많이 데려가고 싶었는데

그리고 이제는 아빠가 엄마하고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있다고,

술 한잔 하자고 우리들 나오라고 할 일은 없겠네요

내가 뭐이리 비싼거 먹냐고 투박하면서 맛있게 많이 먹을 일도 없을 것 같고


그리고 그럴 일은 이제 내가 내 자식을 나아도, 일어날 수가 없겠네 생각하니 좀 슬펐어요.

우리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할머니랑? 외식한다면 참 쓸쓸하겠다.

그런 외식할 일도 부평에서 서가앤쿡 비슷한 곳을 간 것 밖에

그 오래전 기억밖에 안난다 아빠.

미안해요


아빠가 그렇게 아파하고, 얼른 돌아가실때

나는 그 전날에 뭐했나, 전전날에 뭐했나, 그 전주에 뭐했나 많이 생각해요

그 한 일주일, 2주일이 너무 아파.

아빠랑 좀만 더 있을걸

얘기도 좀만 더 하고,

아빠가 수학 문제 만드느라 힘든 줄도 몰랐어.


같이 막걸리 한잔 하고 싶다. 

물론 나는 맥주 마실거야


아빠 보고싶어

또 글쓸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