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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in Public/Daily life

5월 3일 새벽 - 데스크탑 배경화면의 나의 아빠 - 10년 뒤의 나에게

나의 아빠야

너는 나의 듀얼 모니터의 두 개의 화면에 떠있지만

어느 한 곳도 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화면엔 내 한 손안에 잡히는 모습인데

너는 그저 웃는 모습인 상태로

하나도 잡히지 않는 평면속의 너..



아빠..


나는 지금 막 회사 사람들하고 술을 한잔 하고?

여러 잔 하고 들어왔는데 아빠야..

너는 업구나

뭐 익숙해 괜찮아 이제.

내가 티비 켜고 보면서 쇼파에서 뭐 보면서 자면 되지 뭐 아빠야..


근데 아빠 있잖아..

아빠가 나 지금 이 회사 다니는거 괜찮다고, 좋다고 했잖아.

아빠가 나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가서 이것 저것 다 배워보라고 했잖아..

그게 일년도 안됐는데 나 참.

당신이 내가 다녀도 되겠다고 했잖아.

근데 왜 없니..



왜 없니




오늘은 그냥 어쩌다가 10년 후 나의 모습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

마냥 행복해보였던 것 같아.

십년 뒤에 나는 성공할 거야.

무조건적이고, 나는 무조건 성공할 거고, 좋은 환경에서

근사한 집에서 나하고 내 가족들하고 같이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 껏 하면서 할 수 있을 거란 꿈 속에서 마냥 그럴 것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조금 더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냥 또 어떤 회사의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회사를 비아냥 거리며, 또 그렇게 살 것 같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니까.

서글퍼져서, 동료들한테 너희들은 10년 뒤에 뭐할 것 같냐 물어보고

우리 10년 전에 지금 이 날을 생각했을까 생각을 하고 

확실히... 10년 전에 내가 이 모습으로 살아갔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

그래서 미래는 불투명한 거고, 예상하고 그대로 따라가긴 어려운 거고

그랬긴 하지만 석민아.

아니,,, 그렇다면 석민아.


적어도 10년 뒤에 니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겠니?


네가 모난 돌이라고 이것 저것 느끼면서 살아 온다면

네 모난 부분을 더 다듬고, 더 날카롭게 만들어서


네가 하나의 사회라는 천에 새로운 선을 긇고 찢으면서

하나의 옷과 문화를 만들어가야지


네가 모난 돌을 선택한 이상

우리 잘난 모난 돌이 되자.

아우를 수 있는., 행복 할 수 있는..

그런...